설거지할 때 쓰는 고무장갑, 병원과 식당에서 쓰는 파란색·검은색 일회용 장갑, 기계 속 작은 O-링. 이 셋의 공통점은 대부분 NBR(니트릴 고무)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특수고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NBR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체 개요는 특수고무 종류 총정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NBR은 무엇으로 만들까?
NBR은 아크릴로니트릴(Acrylonitrile)과 부타디엔(Butadiene)이라는 두 원료를 함께 중합해 만듭니다. 이름도 두 원료의 앞글자에서 왔습니다(Nitrile Butadiene Rubber).
- 부타디엔: 고무다운 탄성과 유연함 담당
- 아크릴로니트릴: 질소를 포함한 극성 구조로, 기름을 밀어내는 역할 담당
기름은 극성이 없는 물질이라, 극성을 띤 아크릴로니트릴이 많이 들어간 고무 속으로는 잘 스며들지 못합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래서 NBR은 기름에 닿아도 잘 부풀지 않습니다.
아크릴로니트릴 함량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NBR은 하나의 고정된 재료가 아니라, 아크릴로니트릴(ACN) 함량을 조절해 성질을 맞출 수 있습니다. 함량은 보통 18~50% 범위입니다.
| ACN 함량 | 내유성 | 저온 유연성 | 주요 용도 |
|---|---|---|---|
| 낮음 (약 18~25%) | 보통 | 좋음 | 추운 환경의 씰 |
| 중간 (약 30~35%) | 좋음 | 보통 | 일반 O-링, 장갑 (가장 흔함) |
| 높음 (약 40~50%) | 매우 좋음 | 나쁨 | 연료·강한 오일 환경 |
니트릴 장갑 vs 라텍스 장갑
일회용 장갑을 고를 때 많이 비교하는 두 가지입니다. 라텍스 장갑은 천연고무로, 니트릴 장갑은 NBR로 만듭니다.
| 구분 | 니트릴 장갑 (NBR) | 라텍스 장갑 (천연고무) |
|---|---|---|
| 알레르기 | 라텍스 단백질 없음 | 라텍스 알레르기 유발 가능 |
| 기름·화학약품 | 강함 | 약함 |
| 찢어짐·구멍 | 구멍에 강한 편 | 신축성은 더 좋음 |
| 착용감 | 약간 뻣뻣함 | 손에 더 밀착 |
| 적합한 곳 | 주방, 정비, 청소, 의료 | 섬세한 손작업 |
최근 의료와 식품 현장에서 니트릴 장갑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라텍스 알레르기 걱정이 없고 기름과 소독제에도 잘 견디기 때문입니다.
NBR의 약점
- 햇빛·오존: 고무 사슬의 이중결합이 오존에 공격받아 표면에 잔금이 생깁니다. 실외 부품에는 EPDM이 더 낫습니다.
- 고온: 일반 등급은 100~120℃ 정도가 한계입니다.
- 케톤·강한 용제: 아세톤 등에는 부풉니다.
더 강해진 형제, HNBR
NBR의 이중결합에 수소를 더해 안정화한 것이 HNBR(수소화 니트릴 고무)입니다. 내열성이 150℃ 안팎까지 올라가고 오존에도 강해져, 자동차 엔진의 타이밍 벨트나 에어컨 씰처럼 열과 기름이 함께 있는 곳에 쓰입니다.
정리
- NBR은 아크릴로니트릴 덕분에 기름에 강한 가성비 고무
- ACN 함량으로 내유성과 저온성의 균형을 조절
- 니트릴 장갑은 라텍스 알레르기 걱정이 없어 널리 사용
- 햇빛·오존·고온에는 약하므로 실외나 고온부엔 다른 고무 선택
다음 글에서는 생활 편으로, 실리콘 주방용품을 고르는 법과 냄새·변색 관리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