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특수고무 종류 총정리에서 고무는 쓰는 환경에 따라 골라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고온과 기름”이라는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동시에 버티는 고무, 바이톤(FKM)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바이톤과 FKM, 같은 말일까?
FKM은 불소고무(Fluoroelastomer)를 가리키는 국제 표준 약칭이고, 바이톤(Viton)은 그중 가장 유명한 제품의 상표명입니다. 원래 듀폰에서 개발해 지금은 케무어스(Chemours)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인데, 워낙 널리 알려져서 현장에서는 불소고무를 통째로 “바이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지를 “크리넥스”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바이톤 O-링”이라고 팔리는 제품 중에는 실제 바이톤 브랜드가 아닌 일반 FKM 제품도 많습니다. 성능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중요한 용도라면 제조사와 등급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 이렇게 열과 기름에 강할까?
비밀은 불소(F)에 있습니다. 일반 고무는 탄소 사슬에 수소가 붙어 있는데, 불소고무는 이 자리의 상당 부분을 불소가 차지합니다. 탄소와 불소의 결합은 화학 결합 중에서도 매우 강한 편이라, 열을 받아도 잘 끊어지지 않고 기름이나 연료 분자가 파고들어 고무를 부풀리기도 어렵습니다. 프라이팬 코팅에 쓰이는 테플론이 불소 덕분에 열과 화학약품에 강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보통 불소 함량은 66~70% 정도이며, 함량이 높을수록 내화학성은 좋아지지만 저온에서는 더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고무와 비교하면
그래프에서 보듯 FKM은 고온, 기름, 햇빛 모두에 강하지만 저온과 가격에서 약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NBR은 저렴하고 기름에 강하지만 열과 햇빛에 약하죠. 그래서 같은 O-링이라도 상온의 기름 배관에는 NBR, 뜨거운 엔진 주변에는 FKM을 씁니다.
어디에 쓰일까?
- 자동차: 연료 호스, 인젝터 O-링, 크랭크축 오일 씰, 터보차저 주변 부품
- 화학·석유 산업: 펌프와 밸브의 씰, 개스킷
- 항공: 연료 계통과 유압 장치
- 반도체·디스플레이: 진공 장비 씰 (더 극한 조건에서는 FFKM 사용)
바이톤의 약점
| 약한 조건 | 이유와 예시 |
|---|---|
| 저온 | 일반 등급은 영하 20℃ 근처부터 딱딱해져 밀봉력이 떨어집니다. 추운 지역용은 저온 등급(GLT 등)을 씁니다. |
| 케톤·에스테르 용제 | 아세톤, MEK 같은 용제에는 크게 부풉니다. |
| 고온의 물·스팀 | 일반 등급은 뜨거운 스팀에 장기간 노출되면 열화됩니다. 이 경우 EPDM이 더 적합합니다. |
| 브레이크액(글리콜계) | 자동차 브레이크액에는 맞지 않아 EPDM을 씁니다. |
| 가격 | NBR보다 수 배 비쌉니다. |
사용할 때 주의할 점
불소고무는 정상 사용 온도에서는 안정적이지만, 화재 등으로 아주 높은 온도(대략 300℃ 이상)에서 타거나 분해되면 불화수소 같은 유해 가스가 나올 수 있습니다. 화재를 겪은 장비의 불소고무 부품은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보호장갑을 끼고 다루는 것이 안전합니다. 폐기할 때도 태우지 말아야 합니다.
정리
- 바이톤은 상표명, FKM이 정식 재료 이름
- 불소 덕분에 고온(약 200℃)과 기름·연료에 동시에 강함
- 저온, 케톤 용제, 스팀, 브레이크액에는 약함
- 비싸므로 “꼭 필요한 곳”에 쓰는 고무
다음 글에서는 정반대 성격의 고무, 주방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실리콘 고무를 살펴보겠습니다.
